<불균-형-균형> 2026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스파크는 결코 자연스럽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애정과 설렘의 순간일 수도, 갈등과 긴장이 충돌하는 순간일 수도 있다.

<불균-형-균형>은 두 사람이 하나의 구조 위 양 끝에 앉아 서로의 균형을 맞출 때 비로소 빛이 켜지는 조명 작업이다. 사람은 각기 다른 무게와 몸의 중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노력 없이 편안하게 앉아 있는 상태만으로는 쉽사리 균형에 도달할 수 없다. 누군가는 다리에 힘을 주거나, 몸을 살짝 들어 올리고 자세를 조정하며 상대를 고려해야만 한다. 빛은 바로 그 순간, 서로를 향한 미세한 배려와 조율의 결과로 발생한다.

하지만 관계는 언제나 안정된 균형 상태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를 맞춰 가기 위해 움직이는 과정 속에서, 혹은 균형에 도달하지 못한 채 충돌하는 과정 속에서 구조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시소처럼 좌우로 기울어지는 움직임과, 그에 따라 반복적으로 켜졌다 꺼지는 빛은 관계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감정의 흐름을 드러낸다. 애정과 긴장, 조화와 충돌처럼 서로 상반되는 감정들은 관계 안에서 끊임없이 교차하며 흔들리고, 작품은 그 미세한 움직임들을 빛의 변화로 가시화한다. 이때 발생하는 스파크는 단순한 조화의 상징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존재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마찰과 긴장의 흔적이기도 하다.

관계는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안정된 상태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식한 채 끊임없이 맞춰 가려는 노력 위에서 가까스로 유지된다. 우리는 타인과 함께하기 위해 때로는 자신의 편안함을 내려놓고, 보이지 않는 긴장과 불편함을 감수하며 관계의 중심을 조정한다.

작품 속 조명은 단순히 균형의 결과를 보여주는 장치가 아니다. 균형이 유지되는 동안 지속되는 빛과, 흔들림 속에서 반 복적으로 발생하는 스파크는 하나의 상태이자 감정의 발화 로 작동하며, 결국 관계란 완벽한 안정에 도달하는 일이 아니 라 서로를 향해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흔들리며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임을 이야기한다.